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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순 유마사 절 마당에 서서
    그곳에 가면 2022. 11. 3. 14:21

    검이불루(儉以不陋-검소하면서 누추하지 않다)

    화이불치(華以不侈-화려하면서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재미있는

    입담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애독자로 만들어버린 유홍준 교수였다.

    검소하면 누추하기 마련이고, 화려하면 사치스럽기 마련이다.

    그런 수준을 벗어나려면 검소에도 기품이 있어야 하고,

    화려함에도 절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 텐데 그게 쉬운

    경지가 아니다.

     

    한적하고 외진 곳에 지어진 절에서 혹시나 검이불루가 존재

    하지 않을까?

    전대병원에 갔다 오는 길에 화순 유마사를 들렸다. 절간처럼

    조용하다는 말처럼 오고 가는 사람도 없고, 경내에 스님도

    보이지 않았다. 홀로 물 들어가는 나뭇잎만 화이불치의 자태로

    절을 지키고 있었고, 절집은 검이불루의 질박한 모습으로

    모후산 품고 있었다.

     

    모후산 입구 호젓한 유마사 앞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과

    그 곁에서 곱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인간의

    유한성과 시간을 되돌아본다. 낙엽이 짧은 생을 마감하며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죽음을 그렇게 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은 듣지 못한 채 빈 절 마당에 서서

    인간의 죽음에서도 검소하면서 누추하지 않게 죽을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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