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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곡천교 환상적인 은행나무 길그곳에 가면 2022. 10. 23. 17:07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은행잎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시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2021년 11월 10일 계획된 일을 뒤로 미루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260km가 넘는 가깝지 않은 길이었다.
집을 나서 전주 가까이 갔을 때부터 빗줄기가 굵어졌다.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고충은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다.
곡교천 은행나무길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쳤다.
둑으로 올라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은행나무와 잎들의
향연에 감탄사가 나왔다.
빗길을 뚫고 고생하며 3시간을 달려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오래된 은행나무와
길 위에 쏟아진 은행잎!
비를 맞고 떨어진 은행잎의 선명한 색깔.
노랑색이 불러일으키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완만하게 굽어진 길을 따라 시야를 가득 채우고도 넘치는
황금색 은행잎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인간은 끊임없이 아름다운을 추구한다.
미술, 음악, 문학 등을 통해 모방하고 창조하며
삶의 고충과 어려움을 심미적으로 표현하는 천재들이
등장했다.
모차르트 같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천재,
베토벤 같은 대지에서 피어오른 천재 등이 있어
도저히 그런 재능을 갖지 못하고 태어난 일반 사람들은
그들이 창조해 놓은 음악에 열광한다.
자연은 인간과 다르게 모방이 아닌 독자적인 창조를
한다. 봄에는 산하에 꽃과 새싹으로,
여름에는 열정과 뜨거움으로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고,
가을에는 색색으로 물드는 낙엽으로,
겨울에는 차가움과 하얀 눈으로.
우아한 꽃은 필 때는 아름답지만 질 때는 아름다움에
비례해서 추한 모습을 보인다.
동백꽃이나 벚꽃처럼 더러는 질 때조차 아름다운 꽃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낙엽은 질 때가 필 때보다 더 아름답다.
새싹이 돋을 때 느끼는 생명력의 윤기가 있다면
질 때는 화려한 색으로 현실 너머 몽환(夢幻)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나의 기대를 넘어서는 아름다움과
몽환적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었다.
먼 길을 달려온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떨어진, 떨어지는, 나무에서 마지막 생에 목메인 은행나무 잎!
체념, 포기, 고독 그리고 묵상일까?
은행나무가, 잎들이 만들어내는 장엄하고 숭고한
‘레퀴엠’ 같았다.
편안한 안식, 영원한 영면, 무질서의 일사불란한 통일!
황금의 은행나무잎들이 만들어낸 찬란한 아름다움이었다.
주차장에서 은행나무길 입구에서 왼편으로 접어들어
사진 두어 장을 찍었을 때였다. 두 사람의 여성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분이 호의를 가지고 말했다. 세 번 정도 말한 것 같다.
“벤치에 앉으세요. 사진 찍어 드릴게요.”
순간 당황했다. 나는 내 사진 찍는 걸 거의 하지 않는다.
엉겁결에 당황해서 말했다.
“전 사진 안 찍는데요.”
나중에 생각하니 그분의 호의를 거절한 일이 기분을 상하게
했을 것 같았다. 그 분이 이 글을 보지는 않겠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날 미안했습니다.”
아산 은행나무길은 아산시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총 2.1km 구간에 조성된 가로수로 1973년에
10년생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심은 지 50여 년이 지나자 이렇게 아름다운
은행나무길이 되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시달리며 찾아가도 은행나무가 있는 길레 올라서는 순간"아!" 하고 환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이 아름다운 곳.단풍을 보러 갈 때는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단풍든 나뭇잎도 벚꽃처럼 순식간에 떨어져버린다.
2022년 11월 15일 독립기념관을 갔다가
곡천 은행나무 길을 찾았더니 은행잎이 다 떨어져
이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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