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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중위의 여자 소설과 영화독서 2023. 11. 27. 16:36
소설 저자 영국의 존 파울즈
영화 감독 카렐 라이즈
배우 사라-메릴 스트립
찰스-재램 아이언스
찰스는 귀족 삼촌의 상속자이자 어시스트라는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의 약혼자였다. 반면 사라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는
주홍글씨를 단 사람들에게 창녀일 뿐이었다. 사라가 태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선착장에서 쇠말뚝을 잡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판단한 찰스는 약혼녀 사라의 만류에도
그녀에게 달려가 구해낸다.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당시(1817년) 빅토리아 여왕 시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사라 같이 부정한 여자를 가까이하는 것은 귀족 찰스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행위였지만, 그런 사회적 윤리, 체면, 질서를 내팽개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라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사라와의 약혼까지 깨며 사라를 택했지만, 약속 장소로 갔을 때
사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찰스는 약혼녀의 아버지는 찰스의
괘씸죄를 지역 신문에 발표하여, 찰스의 불륜으로 신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찰스의 신분과 체면에 훼손한다. 찰스는
2년 동안이나 사람을 찾아 미국까지 갔는데, 사라가 자신의 있는
곳을 알려 주어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미술가의 조수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잡고 그림을 그리며
남들에게 조롱받던 여자가 아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도시적,
진보적인 여자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딸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찰스의 자식임을 암시받는다. 하지만 사라는 결혼을
거부한다.
“당신은 저에게 위안을 주셨어요. 다른 세상, 다른 시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면 제가 당신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위안을. 그리고 당신은 제가 계속 살아가는 힘을 주셨어요.”
“그분과 당신의 공통된 경쟁자는 바로 제 자시이에요. 전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그 이유는 …… 첫째, 제 과거 때문이에요. 저는 늘
고독을 혐오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고독을 너무나 쉽게
피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그러자 제가 고독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전 누구하고도 인생을 같이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대로 살고 싶어요.”
이 소설에서 안정된 경제적 부와 인정받는 귀족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모든 포기하고 찾아다닌 사람에게 이 말을
들은 찰스는 사랑도 실패했고, 사회적 신분적 위치도 망쳐버린
패배자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비록 두 가지를 다 잃어가면서도
시대적, 사회적 규범, 관습, 위선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간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태풍이 휘몰아치던 부두에서 쇠말뚝을 붙잡고 서서 흔들리던
위태로운 여자였던 상황에서 찰스를 유혹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행복하게 살아가며 결혼조차 거부하는 사라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똑똑한 여자인가 아니면 한 남자의 삶을 망친 팜므
파탈일까?
철학자 강신주는 두 사람 사이를 이렇게 말한다.
“허례허식 속에서 성장한 찰스와 바닥에서 욕망에 충실하며 살아온
하층인 사라, 두 사람이 결코 나란히 할 수 없는 벽이었다. 사라라는
‘진솔하고 단순한 책’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 자신만의
욕망이었다. 찰스가 사라를 흉내낸다고 할지라도 그런 표절일 뿐
진정한 욕망이 될 수 없었다. 때문에 찰스는 ‘엉터리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찰스가 사라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가질 때에만
둘은 다시 나란히 설 수 있을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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