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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안컵 요르단 4강전. 울지마. 손흥민!
    산문 2024. 2. 7. 13:29

     

    오케스트라에서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마에스트로가 누군가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에스트로는 카라얀이다. 그의 지휘는 군더더기가 없다. 과장도

    없고, 허세는 없다. 절제된 크지 않은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에는 한 치의 빈틈이나 허술함이 없다. 그가 지휘할 때는

    연주자들이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이고, 조금도 흐트러짐도 없다.

    카라얀의 지휘가 만든 조화로운 모습이다. 그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 그의 지휘에는 엄청난

    아우라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진지하고, 장중하고, 엄격함에서

    창조되어 나오는 화음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오케스트라의

    개성과 성격은 마에스트로의 성격(취향 혹은 음악에 대한 철학)

    실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축구에서 감독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대회에서 역대 최고라는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은 독일의 클린스만이다. 그는 평소 국가대표 선수들을

    찾아내고 성장시키기 위해 무척 게으른 편이어서 국내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비판받았다. 평가전에서는

    승리보다는 선수들의 조합과 전략과 전술을 시험하고, 평가해서

    실전에서 자신의 여러 가지 전술대로 경기해야 승리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에서 그는 게으르고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결과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그만의 전술과 작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했고, 우수한 몇 선수들의 개인 기량만을 믿고 경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우디, 호주와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기적을 이뤄냈다. 그건 감독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우리 선수들이 투혼으로 만들어낸 승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은 너무 혹사 당하고

    지쳤다. 호주와 경기가 끝났을 때 손흥민 선수가 그라운드에 엎드려

    한동안 눈물을 쏟은 이유는 승리에 대한 기쁨도 있었겠지만, 너무 힘든

    경기 후의 회한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우디, 호주 경기에서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지만 나는 무척이나 씁쓸

    했다. 뛰어난 전략과 선술로 쉽게 승리해야지 그렇게 어렵게 승리하면

    피로가 겹쳐 다음 경기에 제대로 뛸 수 없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요르단과 4강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두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너무 힘든 경기를 해서 제대로

    뛸 수 없으니까 잦은 패스 실수가 나왔다. 패스를 실수한 선수들을

    질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요르단과 경기 후 손흥민 선수는 침통했고, 모든 것이 주장인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너무 겸손하고 훌륭한 인격을 가진 그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죽을힘을 다해 뛴 그가 있어 국민은 행복했고

    자부심을 느꼈다. 이 말은 감독이 해야 할 말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마치 승리한 감독처럼 웃으면서 인터뷰했다. 선수들과 팬들의 너무나

    비통하고 절박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그런 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할 일은 K리그를 열심히 관전하고 이번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수비의 허점, 중원에서 볼 장악과 전방으로의 연결 부족, 밀집 수비에서

    필드골의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치밀하게 연구하고 계획을

    세워 월드컵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명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선수

    발굴이었다.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박지성 선수를 선발하고

    조련해서 2022년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했고, 월드컵이 끝나자 네덜란드 리그로 데리고

    간 후 점점 성장시켜 맨유에서 우승컵을 드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런 감독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손흥민 선수가 놀라운 발언을 했다. 언제나 신중하고 겸손하게

    발언하는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승리하지 못한 4강 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로 인해 예민하게 해주시지 않으면 좋겠다.

    사람이 축구하며 실수할 수도 있다. 선수들 잘못한 것 없고 질책을

    받으면 제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다.”

    이건 손흥민 선수 할 말이 아니고 감독이 해야 할 말이다.

     

    충격적인 말은 이 말이었다.

     

    다음 문제는 소집되면 제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르니,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아주 완곡한 표현이지만 그가 이번 경기에서 얼마나 실망했기에

    대표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을 했을까? 손흥민 선수가 없는

    한국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손흥민 선수! 울지 마. 자책도 하지 마. 손흥민 선수가 있어 우리는

    행복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우리 축구 역사에서 길이 남을 호주전에서 손흥민 선수의 프리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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