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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묘지가 있는 곳새와 나무 2017. 12. 19. 14:50
묵은 묘지가 있는 곳
바닥에는 까치수염꽃이 하얀 포말처럼 무리 지어 일어서고
새벽빛으로 전율하는 활엽수 찰진 잎들이 어둠이 뒤틀리는 가장자리
수빙(樹氷) 같은 물방울이 뚝뚝 지는 알몸
타래난초에 기웃한 묵은 묘지가 있는 곳에 다다르면
산옥잠화가 음지에서 힘들게 피고
나뭇가지와 풀들이 옹이진 여백을 채우고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어두운 숲길을 오르며 이슬에 흠뻑 젖는다.
거기에는
아직도 태초의 푸른 새벽이 눈을 뜨고 있다.
비로소
보편적 일상의 가치를 버리고 자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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