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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창(公娼)과 남창(男娼)
    새와 나무 2017. 12. 14. 15:18


    공창(公娼)과 남창(男娼)

     

     

     

     

       서울 경찰청 김강자 방범과장이 공창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듯하다. 찬성하는 쪽은 계속해서 불법으로 할 경우 오히려 성도덕의 타락을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쪽은 성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여성의 인권유린을 공식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겉으로는 도덕적 엄숙주의가 시퍼렇게 살아있지만 속으로는 이미 곯고 썩어서 더 이상 무너질 것도 없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양지로 꺼내놓으면 음란이 되고, 타락이 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외국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외국에 다녀온 경험자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처럼 매춘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영업을 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가릴 수 있을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성문화가 이루어진 것은 전통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유교문화에서 남자는 처첩을 두어도 여자가 여기에 질투를 하면 칠거지악인지 뭔지 하는 논리로 여자의 입을 막아 버렸다.

    여자는 오르지 남자의 선택과 처분만을 하늘처럼 받들고 살아온 여성 수난의 역사가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남자를 두고 영업을 하는 여성전용 술집이 발견되면 언론과 여론이 팥죽처럼 끓어오른다. 도대체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여자를 접대부로 둔 윤락업소에는 느슨하기만 하던 법이 갑자기 추상같이 돌변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공창을 법으로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지극히 사소한 논쟁거리도 되지 못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법이 미흡해서 무슨 일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임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 안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단지 지금 우리는 먼저 말할 자신이 없을 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여자들이 다니는 술집을 만들어 남자 접대부를 두게 하고, 여자들이 다니는 미용실에도 남자들을 고용하여 남자 이발소에서 하듯이 하고, 여자 사우나에서 남자 때밀이를 두고, 호텔, 노래방, 다방에도 남창을 지금 여자들이 있는 업소의 수준으로 허용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남자들이 앞장서서 자기의 부인과  딸을 단속하고 스스로 근신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에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들은 본질은 놓아두고 엉뚱한 데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처럼 더는 나빠질 것이 없는 사태에서 공창만을 합법화한다면 아마도 속으로 쾌재를 부를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 던지고 남녀가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생각하는 성숙된 사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01.07

        *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은 재직 당시 성매매업소 단속을 강력히 했던 철의 서장으로 유명했지만 퇴직한 후 법의 한계성을

     느끼고 지금은 윤락 여성들의 편에 서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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