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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와 나무 2017. 12. 13. 14:39


    사람의 향기

     

     

     

     

       장미는 화려한 색깔만큼이나 진한 향기를 풍긴다. 꽃의 여왕다운 색깔과 향기를 간직했다고 할 수 있다. 오월의 장미꽃 향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면 진한 향기에 어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가하면 향기가 없는 목단 같은 꽃들도 있고, 은은하거나 소박한 향기를 가진 들꽃들도 있다. 이런 꽃들은 제 스스로 향기를 내뿜는 자연스러움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무슨 꽃을 좋아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기들에게서는 어떤 향기도 따를 수 없는 여리지만 소중한 향기가 있다.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꽃과 같은 향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기들에게서 나는 이런 순수의 향기에서 일상의 어려움을 잊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오염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순수한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서로 때 묻히고 경쟁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선하고 지순한 것들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점차 향기를 잃어가고 오히려 악취를 풍기며 살아가는 듯하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거짓말과 협잡을 일삼아 일반 사람들에게 분노와 좌절을 준다. 학자들은 자기의 지식에 도취되어 오만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신귀족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이익을 최소로 줄이려고 온갖 비열한 수법을 동원하는 짓거리도 서슴지 않는다. 국가 권력에도 당당히 도전할 만큼 거대한 권력으로 성장한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문화 권력을 행사하려는 오만함 역시 가진 자들에게서 나는 참기 힘든 악취의 하나이다.


       보통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대로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하여 어렸을 적 가졌던 향기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인간다운 향기를 잃어가지만 인공의 향기로 가꾸고 치장하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여성들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하여 들이는 돈과 노력은 극에 다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날씬하고 예쁜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이를 두어 명씩 둔 아줌마들 까지 먹을 것 앞에서 한숨을 짓는 모습은 생활인으로서의 삶보다는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를 추구하는 여자로서 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거기에 값비싼 옷과 화장품으로 치장을 하고 나선 모습은 분명 소박한 아줌마로서가 아닌 또 다른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해서 여성의 향기를 내뿜겠다는 조금은 불순하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 없는 행동에 심정적으로 동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그런 표피적인 향기가 아니라 순수한 내면적인 동기로 향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의 동진이 아빠는 3년 전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신장을 하나 떼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사후에 사체를 병원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한다. 동진이 엄마의 말이 요즘 동진이 아빠가 힘든 일을 하면 예전과 다르게 피곤해 하고 힘들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늘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며 여유가 있다면 하나 더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장기 기증 운동 본부나 안구은행 등에 자신의 사후에 안구나 사체를 기증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유산 물려주지 않기 운동에 참여하여 사후에 자신의 재산을 자식이 아닌 불우한 사람들에게 환원하려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향기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강한 장미향 같은 화려함을 꿈꾸고 있을 때, 이런 사람들은 어지럽지 않은 은은한 향기를 내면에 쌓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연수를 받을 때 어떤 여자 강사가 남자는 사십이 넘으면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늙으면 어릴 적 향기는 사라지고 오히려 악취가 진동을 하니 그걸 인위적으로라도 막아보자는 강사의 말을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손으로 향수를 사러가야겠다는 생각을 아직껏 하지 않은 걸 보면 악취가 나는 몸으로 살겠다는 무심한 마음이 더 강한 듯하다.

        그런데 우연히 향수 한 개를 선물로 받았다. 아마 선물을 사준 사람도 강사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해본다. 내면적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나이가 먹어가면서 향기는 고사하고 악취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역겨움을 주지 않을 듯하다. 그 방법이 향수를 뿌리는 궁색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악취를 풍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요즘 그 향수를 뿌리는 날도 있다. 내면적 혹은 인격에 별다른 향기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 남에게 외면적 악취라도 풍기지 말아야겠다는 소박한 마음 때문이다. 어차피 내적 향기를 간직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인공적인 향기로라도 내 몸의 진실이라도 은폐하면서 살아가야 할 듯하다.

    (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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