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섬진강 전라선 열차새와 나무 2018. 1. 15. 20:06
태풍 섬진강 전라선 열차
사나운 짐승처럼 포효하는 만성리 바다
간헐적으로 차창을 때리는 세찬 빗줄기에도
열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계곡에서 황톳물이 사납게 곤두박질치는 괴목에 이르러서야
태풍의 중심에 휘말리고 있음을 알았다.
장중한 지리산
푸르고 깊은 골짜기 어디에 저토록 산만한 열정을 감추고 있었기에
신령스런 천황봉 육질까지 후벼내어
음전한 섬진강이 관능의 안무를 추고 있는 것일까.
때론 지리산 섬진강도 거센 태풍의 소용돌이 속에
유폐되었던 피와 살을 생채기 내어 붉어질 때가 있다.
‘내 몸은 꿈틀대고 있어’
산 강 폭우가 뒤엉켜 경계를 허물 때에도
권태로운 단선(單線) 위로 저물녘 전라선 열차는
단조로운 마찰음을 헤아리며 드물게 한숨 한 번 뱉는다.
'새와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만추 (0) 2018.01.18 종교인이 되지 못 하는 이유 (0) 2018.01.15 스스로 부르는 재앙 적조 (0) 2018.01.09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 (0) 2018.01.09 아내 길들이기 (0) 2018.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