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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락사
    평행선 눈 2018. 10. 24. 15:18


     

    마지막 선택 안락사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의 두개골이 아프리카 차드 공화국에서 발견되었는데 약 700만 년 전의 것으로 이 두개골은 침팬지와 인류의 공동 선조라고 한다. 사십육억 년이라는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기 짝이 없는 인류의 역사지만 인류는 가장 빠르게 진화 발전했고,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크게 번창하고 있다. 이제 인간의 몸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정밀하고 완벽한 구조를 갖춘 생명체가 되었다.


       인간의 몸은 정밀하게 변화해 가고, 두뇌도 점점 향상되어서 신의 영역인 생명의 창조까지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인간의 지혜와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작은 생물체나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발전하며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간이 항생제를 만들면 거기에 대한 방어력을 길러 그 항생제의 효능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인간은 아직도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대 의학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고 있다. 어떤 병으로 인하여 인간이 죽음에 이르게 될 때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한다. 사람들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으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많지 않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해서 다행히 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의사라고 해서 모든 병이나 암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요즘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는 수많은 음식 요법에 기대거나 무당이나 신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아직까지 암이나 중병에 걸려 음식이나 무당 혹은 기도로 병이 완치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몇 년 전에 옆집에 사는 자폐증 환자인 어린이가 할렐루야 기도원에서 기적을 행한다는 사람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섬에서 생활할 때 들은 이야기는 더욱 황당하고 무모했다. 동네 사람이 암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동네 교회의 전도사가 자신이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교회로 데려오라고 해서 이른바 하느님의 기적이 내리는 의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도사와 그 전도사를 맹종하는 처녀가 찬송가와 하느님을 부르며 그 환자의 배 위에 올라가서 발을 굴렀다고 한다. 환자가 고통으로 신음을 지르자 그 사람들은 암이 빠져나가는 중이라고 더욱 광적으로 그 의식을 했다고 한다. 환자가 하혈을 시작하자 드디어 암세포가 물러가는 중이라고 그 무지한 의식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 환자는 장이 파열되어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 가족과 동네 사람들은 그래도 그 전도사보다는 사려가 깊었던지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문제를 삼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전도사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다시 한 번 그런 일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함께 받았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사람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냉소적이었다.


       최근에게 친한 친구가 폐암으로 이승을 하직했다. 담배를 무척이나 즐기는 친구는 십여 년 전에 폐에 염증이 생겨 몇 달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다. 그때 의사가 담배를 끊으라고 했지만 담배를 너무 사랑한 친구는 담배를 끊지 못했다. 결국 일 년 전에 암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할 수 없는 경우라고 했다. 그 후 친구가 머위 뿌리를 달여 먹으니 몸이 좀 좋아진 것 같다고 하며 좀 구해달라고 했다. 흔하게 보았던 머위도 약에 쓰려니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약재를 많이 파는 화개장터에 가서 몇 집을 돌며 마른 머위 뿌리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할 수 있는 일을 진통제를 맞는 처방뿐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8월에 세상을 떴다.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마음에 갈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에 나와 암이나 중병을 식생으로 완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고, 무당이나 신에 의탁하는 것에 지나친 믿음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나 가족이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삶에 집착할 때 환자가 겪게 되는 아픔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식생으로 혹은 신의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차라리 고통이 적고 확실한 안락사가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살 권리가 있듯이 고통 없이 죽을 권리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원한다면 죽을 권리를 주는 것이 그래도 인간적인 품위를 지키고 마지막 길을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가기까지에는 많은 논의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호주의 필립 니스케(Philip Nitschke)가 만든 존엄사 기계 - 1분 안에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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