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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과 푸른 잔디 마당시골집 2019. 9. 23. 21:14
전원주택과 푸른 잔디 마당
가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듣는다.
“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마당에 푸른 잔디를 심고 여유를 가지고 살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좀 더 간절하다면 저질러 볼 일이다. 마음속에서만 상상할 것이 아니라 실행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사람이 살면서 간절히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귀촌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일 년 중 몇 달만 살 것인지, 주말에만 가서 살 것인지 결정만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과연 절실하게 그럴 마음이 있느냐에 달렸다. 마음에 드는 마을을 선택해서 빈 집이 있는지 혹은 집의 일부를 세놓을 집이 있는지 알아보고 결정하면 된다.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 살 수도 있을 것이고, 팔려고 내어놓은 집을 구입해서 대충 손질해서 살 수도 있을 것이고, 전세나 월세로 빌려주는 집을 선택해서 살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시골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골에 멋진 집을 지어 귀촌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 살아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살지 못하고 싼값으로 집을 되팔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고 한다.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나 혹은 집을 임대해서 일 년쯤 살아보고 결정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군청에 가면 거의가 빈집 정보가 있다고 하니 거기서 알아보아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그런 경우다. 귀촌한 사람들이 마당에 잔디를 넓게 심었다가 그걸 관리하지 못하고 갈아엎고 콘크리트나 자갈을 까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시골에서 사는 걸 낭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 풀, 벌레 등에 대한 거리감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시골에서 살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몸에 흙을 묻히고 노동하는 일을 좋아하고, 마당쇠나 무수리로 사는 일을 싫어하지 않아야 시골 생활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마당에 심은 잔디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위에서 말한 노동에 대한 준비가 안 되었거나 노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잔디에 잡초가 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사람 곁에서 윤기를 내지 않는다.
나는 주말 귀촌을 한다. 이미 15년이 되었다. 집은 시골집을 거의 그대로 두고 화장실과 마당을 조금 손을 본 후 살고 있다. 마당에 50평 남짓 잔디를 깔아서 15년이 되었지만 죽지 않고 잘 자란다. 특별히 비료를 주거나 하지도 않는다. 일 년에 두서 번 잡초 죽이는 약을 뿌려준다. 약을 치면 쌍떡잎식물은 잡을 수 있지만 잔디와 같은 외떡잎식물은 손으로 뽑아 주어야 한다. 잡초는 수시로 보이는 대로 뽑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해에 씨가 떨어져 걷잡을 수 없이 개체수가 늘어난다. 잔디가 자라면 일 년에 두서 번 깎아준다. 처음에는 전기용 잔디 깎는 기계로 깎아주었는데 칼날 부분이 구조적으로 잘못 만들어져서 얼마 쓰지 못하고 지금은 예초기로 깎아준다. 이렇게 키우는데 별 문제 없이 잘 자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잔디를 관리하는 일, 채소나 과일을 가꾸는 데 필요한 노동을 기꺼이 할 수 없는 마음가짐이라면 귀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일에는 애정을 가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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