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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리울 때 영화 밥정영화. 드리마 2021. 8. 23. 19:19
감독 박혜령
자꾸 어머니가 생각나고 그리워지면 사람은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영화 ‘밥정’은
‘방랑식객’ 또는 ‘자연요리가’로 불리는 임지호
씨가 10년 동안의 어머니를 방황하는 발자취를
그린 영화다.
임지호 요리사는 딸만 넷인 집에 씨받이가 된
그의 어머니가 낳았고, 3살 때 생모 곁을 떠나
아버지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자라면서 자신의 생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12살에
집을 떠났다고 한다.
12살에 집을 떠난 그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점을
찾았고, 20살이 되었을 때 음식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전문적으로 음식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땅에 사는 모든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의
음식에 대한 스승이었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몰입을 하는 그는 전국을 떠돌며
모든 풀과 약초를 직접 먹어보고, 요리하며 다른 사람과
다른 차별화된 음식에 대한 철학을 굳건히 하게 된다.
서른 살에 그는 작은 호텔의 주방장이 되었고 그의 자연
친화적이고 독특한 음식들은 입소문이 나고 미국, 독일 등에
알려지게 되어 그 나라에 초대되어 갔다고 한다.
그의 음식에 아무렇게나 코디 되어진 듯한 꽃, 풀, 돌 등은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듯한 색감과 아름다움이 있다.
그가 미술에도 뛰어난 재능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10년 이상을 드로잉에 몰입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술을 마신 적이 없으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밥정은 그의 그런 음식에 대한 철학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 전국을 방황하며 만난 할머니 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우고, 음식을 대접하며 자신의 두 어머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지리산에서 만난 할머니가 끓여준 냉이된장국에
감사하며 그 할머니를 세 번째 어머니로 받아들인다. 그 후
그 할머니와의 관계가 이어지던 중 할머니의 부음을 듣는다.
그는 세 번째 어머니마저 잃고, 낳아준 어머니, 길러준
어머니까지 세 어머니를 생각하며 3일 동안 음식을 준비하고
하루 그리고 다음 날 새벽까지 108가지 음식을 준비한다.
혼자서 108가지 음식을 준비하는 그의 행동은 고행을 하는
수도승의 모습처럼 처연하기까지 하다.
음식을 준비하다가 쓰러져 잠을 자다가 새벽 4시에 30분에
일어나 다시 음식을 준비하지만
그에게서는 힘들어하는 모습이나 피곤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에 그리움은 시공간과 노동을 초월하여
그렇게 음식으로 나타낸다.
108가지 음식을 수행하듯 만들어 제사를 지내는 일이
어머니에 그리움을 해소하고, 어머니를 찾은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가 말했다. ‘살아있는 자가 죽은 사람에게 대접할 수 있는
음식은 108가지인데 그중 103가지는 음식으로 만들 수 있고,
나머지 5가지 마음으로 만드는데, 거짓되지 않기,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기, 허영심 가지지 않기, 평정심, 매의 눈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108가지 음식을 만들어 지리산 깊은
산골짜기 시골집 마루에 펼쳐놓고 비 내리는 마당에서 절을
하며 오열하는 모습은 우리가 어머니에 대해서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배우가 아니지만 그의 연기는 살아온 삶 그 자체의
진실하고 절실한 모습을 담고 있어서 배우에게서
느낄 수 없는 진지함과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땅의 아름다움이 담긴 영상미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리틀 포레스트의 음식과 밥정에 나오는 음식 그리고 영상을
비교하면서 보면 더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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