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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화산에 올라 도솔천을 만나다
    새와 나무 2022. 7. 9. 12:15

    토요일 새벽.

    72일 새벽 밖으로 나가자 다른 날과 달리 시원하다.

    산책을 평소대로 가는 길을 갈까 하다가 봉화산

    정상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일주문 자체가 열려버린 산의 초입이 바로

    일주문이다. 나무가 우거져 어둑한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밭 가장자리를 막아놓은 울타리 위에

    새 한 마리가 나를 바라본다.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두려운 듯도 보이고 호기심

    으로 가득한 듯도 보인다. 어린 새 한 마리가 사천왕

    대신해서 순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속세의 중생이 좁고 가파른 번뇌의 길로 접어든다.

    좁고 가파른 돌투성이 길이다.

    속세의 인연과 사연처럼

    그 길을 오르기에 숨이 찬다. 한참을 오르니 길의 끝이

    보인다. 헐떡이며 숨소리가 심장의 한계를 말해 준다.

     

     

    그 끝에서 염화시중의 연꽃처럼 하얀 치자꽃을 만났다.

    겉도 속도 하얀 치자꽃의 향기가 숲속을 물들인다.

     

     

    넓은 임도를 지나 나무로 만들어진 108 번뇌의 계단

    첫 번째 계단을 오른다.

    하나,……봉화산 번뇌는 104. 인간의 번뇌보다

    4개가 적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한동안 평정의 길이

    이어진다. 희노애락이 결국은 하나라는 반야심경의

    가르침 생각하며 걸으니 곧바로 해탈의 49 계단에 이른다.

    커다란 돌로 만든 계단이라 보폭의 범위를 넘는다.

     

     

    뱁새처럼 힘들게 오르니 정상 355m!

    도솔천에 이른다.

     

     

    이미 도솔천에 올라 속세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시원한 바람이 산 아래에서 위쪽으로 불어온다.

    상쾌함 그리고 산 아래 작아 보이는 군상들을 내려보면

    잠시 오만!

    산을 오를 때는 올려다보면서 작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겸손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금세 잊어버린다.

     

     

                                해탈!

    화장품 냄새가 눅눅한 습기에 젖은 채 바람에

    스친다.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 에베레트산을 등정하듯

    등산복을 입은 사람, 집안에서 입을 듯한 짧은 반바지에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다른 손에는 부채를 든 사람, 부모를

    따라온 아이도 있다.

     

    부처가 구하지 못했다는 인간 세상을 미륵보살이 나타나

    구제한다는 그 미륵보살은 언제나 오시려나?

    다 부질없고 허망하기만 하구나.

     

    바람이 분다.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라르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밤사 귀뙤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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