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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바다
곽재구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
구부정한 허리의 인간이 개펄 위를 기어와 낡고 해진 해
의 발바닥을 주무른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
은목서 향기 가득한 차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불빛이
있다
등이 하얀 거북 두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
리어카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빚은 알이다
알은 알을 사랑하고
꽃과 바람과 별을 사랑하고
삼백예순날
개펄 위에 펼쳐진 노동과 음악
새벽이면
아홉마리의 순금빛 용이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순천의 와온(臥溫) 바다는 순천만 갈대밭과 이어져 있다.
와온(臥溫)이라는니!
누우면 따뜻한 곳이라고?
와온 바다의 풍경, 군불을 지핀 아랫목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편안하다.
새해 아침에는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으로 몰리고 그믐날에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려는 마음으로 찾는 곳이다.
평소에 일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할 때도 위로를 주는 곳이다.
와온을 찾아간 날은 날씨가 잔뜩 흐려 있어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는 없었다.
길가에 핀 노란 꽃이 시선을 끈다.
이름이 여우팥 꽃이라고 한다. 산하에 피는 꽃, 식물들이 사람에게
반찬이 되고, 약이 되는 게 신기하다.
작고 앙증맞은 노란 꽃이 줄기에 별처럼 피어난 모습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듯하다.
꽃말을 기다림, 잃어버린 사랑이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참조은시골집’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 가격은 비싼 편이다. 가장 저렴한 게 2만원이었다.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AI로봇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3대의 AI로봇이 있는데 한 대당 가격이 2700만원과
2500만원이라고 했다.
순천을 관광 와 시간이 나거든 와온 해변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풍경과 아름다운 해넘이를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하는 것도
여행의 기억을 짙게 남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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