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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독서 2025. 3. 19. 11:2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제목이 소설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음악가 브람스는 자신을 키워준 스승인 14살 연상인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사랑하지만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악가 브람스의 사랑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여자 주인공 폴에게 스쳐 지나간 14살 연하인 시몽이 한 말이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브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연주회에 가려면 먼저 상대에게 그렇게 물어야 한다고 한다.
폴은 남편 마르코와 이혼하고, 로제와 6년 동안 사귄 후 동거한다. 두 사람의 성격은 판이하다. 로제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지만, 폴은 해바라기처럼 오로지 그를 사랑한다.
로제의 반복되는 부재의 이유를 알아갈 무렵 젊고 잘생긴 시몽이 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구애한다. 폴은 로제가 자신의 기다림을 외면하고 다른 여자와 어울리는 행동을 싫어하면서도 시몽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던 중 시몽이 연주회에 같이 가자는 편지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문구를 상기하며 그녀가 잊고 있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하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
로제와 전혀 다른 잘생긴 시몽의 사랑을 받아들인 폴은 로제와 결별을 선언하고 동거를 시작한다. 시몽은 오르지, 폴만을 생각하고 행동한다. 변호사 사무실에도 나가지 않고 폴의 아파트에서 칩거하며 퇴근하는 그녀의 직장 앞에서 차를 가지고 와 기다리고, 저녁을 먹으러 가고, 춤을 추러 가자고 한다.
그렇지만 폴의 마음에는 늘 로제가 자리하고 있다. 시몽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지만, 그녀 안에서 집요하게 속삭이는 로제에 대한 사랑, 다시 로제를 그리워하는 그와 분리할 수 없는 삶을 그린다. 시몽이 주는 행복보다 로제가 주는 불편함, 기다림, 원망이 더 소중한 이유는 둘의 사랑을 위해 육 년 동안 기울여온 노력, 고통스럽고 끊임없는 노력이 시몽의 사랑보다 더 소중하다는 자존심 같은 것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음악가 브람스의 클라라에 구애와 헌신이 실패로 끝났듯이 시몽의 폴에 대한 사랑은 두 사람의 불편하지만 익숙한 사랑에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폴이 다시 로제를 선택한 이해할 수 없는 사랑. 젊고 잘생긴 시몽에 대한 낯선 즐거움보다는 익숙하지만 불편한 로제에게 다시 돌아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사랑이란 영원하지 않으며 덧없고 속절없는 변질하기 쉬운 변덕 같은 것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프랑수아즈 사강 그 자신이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외에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라는 평소 사랑에 대한 신념처럼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의 가변성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미묘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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