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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독서 2025. 11. 10. 20:16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있을 때 잘해’라는 세간의 인간관계에 대한 후회 특히 엄마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대한 가족의 참회를 다른 소설이다. 이 소설은 2021년에 출간된 소설인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소설과 가족 구성이 거의 흡사해서 동일한 가족에 대한 소설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아버지가 혼자서 지하철을 오르며 엄마는 실종되었고, 일주일째부터 화자(지헌)가 엄마에 대한 과거의 추적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만만하게 언제나 갈 수 있고, 부를 수 있고, 무시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엄마가 사라지며 지헌은 엄마의 과거로 돌아가 엄마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희생으로 살았음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는 큰아들이 등장하여 어머니가 형제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었음을 되새긴다. 공부를 잘하고 장남이어서 아무리 바쁜 농번기에도 동생들에게만 일을 시키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특혜를 준다. 아들이 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아들이 취직한 대학에 들어가 공부와 일을 병행할 때 동생 지헌을 맡기고 같다. 지헌은 자신처럼 살면 안 된다고. 그 후 큰아들은 검사 공부를 접었고 나중에 대기업에 취직한다. 그가 서울에서 생활할 때 온갖 반찬과 음식을 해서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가지고 올 때마다 느꼈던 엄마. 그러면서도 늘 미안하다고 말했던 엄마. 추석이 가까이 오면 문종이를 바르며 자신의 문 문고리 옆에 가장 많은 단풍잎을 넣어 바르던 엄마. 그런 엄마가 실종된 후 느끼는 후회, 자책을 하며 전단을 나누어주고, 엄마 찾는 일에 전념할수록 엄마에 대한 그리움만 깊어진다.
아버지는 아내가 서서히 몸이 망가질 때조차 아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길을 걸을 때도 늘 아내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멀찍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아내가 좀 천천히 걸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심한 남편이었다. 서울역에서 실종되는 날도 그래서 아내가 길을 잃게 되었다.
젊은 시절 늘 밖으로 나돌았고, 농사일에도 무관심이었다. 또 다른 여자와 3계절 동안 살다가 어느 겨울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 말 없이 아내는 아랫목에 묻어두었던 밥을 꺼내고 김을 구워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였다. 아내의 부재는 그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돌발사태였다. 그는 그때야 자책과 반성으로 괴로워하며 아내를 찾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는다.
둘째 아들과 막내딸도 엄마의 부재에 당황하고 쩔쩔매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무심하게 대했던 자신들과 엄마를 회고하며 회한에 빠진다.
엄마는 늘 밖으로 겉도는 남편과 사산된 아기까지 다섯 아이를 굶기지 않으려고 늘 땀에 전 수건을 쓴 채 동분서주하며 신산한 삶을 살았지만, 가족에게 한 번도 힘들다고 말을 하지 않는 슈퍼 우먼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정신적으로 위로와 의지의 대상이었던 이은규가 있었다. 엄마가 방앗간에서 함지에 밀가루를 이고 오다가 만났는데, 그 남자는 엄마의 밀가루를 가져다주겠다며 짐자전거에 싣고 간 후 도망쳤다. 그 집을 용하게도 찾은 엄마는 난산하는 그의 아내의 아기를 받아주고 수제비를 끓여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 두 사람은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연인 그 이상의 관계가 된다. 엄마가 실종되자 그 사람도 엄마를 찾는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가족 누구도 평소 찾지 않았던 엄마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착각한다. 이름이 뭐냐고 묻은 의사의 물음에 그는 끝까지 ‘박소녀’라고 말한다.
나는 이 남자의 등장을 이 소설의 반전이자 어머니가 보통의 여자, 사랑받고 사랑을 주기를 바라는 평범한 여성의 내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아내,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예전 수많은 위대한 모성을 지닌 우리 엄마들의 내면에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나,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불러지기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경숙 작가는 그런 엄마를 어둠에서 끌어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지헌이 엄마가 부탁했던 장미 묵주를 구매하고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가서 피에타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다시 한번 어머니를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이 기도는 박소녀 같은 어머니를 두었던 이 땅의 자식들이 함께 무릎을 꿇고 드리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30여 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어도 나름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의 독특한 가족 관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헌신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가족과 사람들의 가족 문화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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