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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는 여자시 2018. 2. 12. 15:54
담배 피는 여자 아파트 사이 느티나무가 노을에 물들어 젖은 잎들이 더 붉어 보이던 날 등을 보이고 앉은 젊은 여인이 처연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젊은 여인의 담배 피우는 모습은 왠지 타락해 보이던 선입견보다는 칙칙하게 조여오는 우울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위에 낀 퍼렇한 이끼처럼…… 다시 망막에 같은 상이 생기면 이미 임계각에 이른 삶의 질량은 휘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삶이란 늘 반복되는 어리석음이듯이? 새벽이었다. 숯검정 같은 어둠 속에 골목길 카바이드 불빛처럼 선명하게 타들어 가는 불빛이 보였다. 카페 안 인도 가까운 좌석 머리칼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젊은 여인이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보다 긴 연기를. 카페 안에 바람이라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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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메밀국수독서 2018. 2. 12. 15:32
한 그릇의 메밀국수 유명 강사가 학교 급식실에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자녀 교육’이라는 주제로 교양 강좌를 했다. 이야기의 큰 틀은 ‘임신에서 사춘기까지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하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삶, 자기 자식들을 키우며 겪은 일들, 자신이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공부하면서 겪은 일을 예로 들어가며 재미있게 강의를 전개하였다. 강의의 끝 부분에서 일본의 구리 료헤이(栗良平)의「한 그릇 의 메밀국수」의 예를 들며 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성교육에서 자신의 부모를 존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반대로 불쾌한 마음이었다. 이야기를 각색, 편집하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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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 2018. 2. 1. 20:30
겨울 굽어진 길을 돌자 푸드득 날던 청둥오리 떼 중 세 마리 날기를 포기한 채 주저앉고 벼 그루터기만 남아 황량한 들판 마을로 가는 시멘트 포장길과 만난 철도 건널목에선 다급한 종소리가 울리고 바람 센 바닷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집 마당에 낚시 바늘처럼 허리 휜 노파가 마른기침이 멈추지 않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평평한 밭 귀퉁이 암으로 숨진 담배를 즐겨 피우던 오십대 사내의 무덤이 하나 새로 생기고 꽃상여 태우는 푸릇한 연기 은사시나무 가지 사이로 흩어지고 스쳐 가는 화물열차 뒤로 자국처럼 남은 협궤 그리고 지워질 것 같지 않은 두껍게 끼는 성에 지금은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