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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석굴암 앞에서 외국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에게서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외국의 문화재에 비하면 화장실만도 못하다는 식의 말들을 자주 들었다.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의 유적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유적은 그 규모가 소꿉장난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외국에 가보지 않은 나로..
적멸 해남 두륜사 아래찻집에서 산다관 두 개해조문에 찻물이 스며 나오는다관 주둥이를 자르듯 뭉텅 깨뜨린동반자가“또 일 저질렀어.” 또 언젠가는 깨질백자 다관에물을 따라놓고나가며“한 번 더 따라 마셔”다관을 비우고 한참 지나펄펄 끓는 물을 식혀다시 부어우려낸 차를 마신 후아내가 밤늦게 돌아와더운 물로우려낸 걸 모르고 다시 물을 채웠다 멀건 차를 다시 마시며나는 감히 적멸을 꿈꾸었다.
겨울안개 겨울 밤안개싸락눈처럼 내려어릴 적 시골마을황토마당 위로 내리던싸락눈 같아문풍지가 격하게 떨고얼기설기 엉성한미루나무 마루까지싸락눈이 날릴 때아랫목 뙤창문창호지 사이에 붙인 투명유리호 입김 불어쓰윽 문지르고찧을 곡식을 방앗감으로 실어 나르던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보다멀리 퍼지는 찌러기 워낭 소리기다리던어머니싸락눈 아랑곳없이목을 추켜세우고 울던장닭 곁에서묵묵히 검불을 헤치던 암탉은이미 운명을 예감했을까 겨울밤안개촘촘히 채워지는.
일본은 우방인가 주적인가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일본을 생각해 본다.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일본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일본은 동맹국인가 주적인가? 일본은 우리와 긍정적인 미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래를 전망할 때 과거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더 중..
삼월 괴테 눈은 펄펄 내려오지만 아직 기다려지는 때는 오지 않는다. 갖가지 꽃들이 피면 우리 둘이서 얼마나 설렐까. 따뜻하게 쪼이는 햇볕도 역시 거짓말이던가. 제비조차도 거짓말을 해. 제비조차도 거짓말을 해. 저 혼자 오다니. 아무리 봄이 왔다고 하여도 혼자서 어찌 기꺼우랴. 그..
평창 쇼트트랙의 아름다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난 2월9일 환상적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올림픽이 원래 유럽에서 생겼고 그들의 체격이나 문화, 생활 등의 요구에 따라 종목이 생겼기 때문에 동양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것들..
절과 교회의 종소리 우리 아파트 뒤에는 절과 교회가 이웃하고 있다. 절이 있던 자리 위로 교회가 몇 년 전에 들어섰다. 그 후 새벽이면 두 개의 종소리가 들렸다. 높은 음을 가진 교회 종소리와 낮은 음을 가진 절의 범종소리를 연이어 들으며 잠을 깰 때가 많았다.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만들어지자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선 야당들이 비난에 나섰고, 20-30대 젊은 층이 가세했고, 보수 언론들도 거들었다.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진 일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남북이 한반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