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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시골 누룩빵집그곳에 가면 2019. 4. 8. 15:55
화순 시골 누룩빵집 때론 나도 빵집 주인이고 싶을 때가 있다. 부풀어 오른 밀가루 반죽을 잘라 잘 빚어 오븐에 넣고, 노릇하게 구워지는 시간을 기다리며 빵보다 먼저 후각으로 번지는 향기를 마시는 주인,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빵처럼 부푼 모자를 쓰고 손님이 오면 순하디 순한 멀건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는. 요즘 시골의 유명한 빵집들에 대한 소문이 SNS를 타고 번지며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다. 광고보다 영향력이 크고 강한 입소문이 나며 시골길 마다하지 않고 맛있는 빵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제 빵은 대용식이 아닌 젊은 사람들의 주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아침밥을 해야 하는 번거롭고 불편한 식생활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지만 직장 생활에 바쁜 사람들에게 아침은 그저 한 조각의 빵과 커피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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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던컨과 카페라떼독서 2019. 4. 5. 14:22
이사도라 던컨과 카페라떼 “당신은 누구와 어떤 커피를 즐겨 마시나요?” 마주 앉으면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지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겨 마시는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마신다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더 즐거울 수도 있지 않을는지? 이사도라 던컨이 맨발에 그리스풍 튜닉을 입고 춤을 추는 사진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엄격하게 규격화된 발레 복장의 춤사위에서 느꼈던 고전적인 우아함이 아닌 전위적인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미국에서 가축 수송선을 타고 유럽으로 건너간 이사도라 던컨. 고생 끝에 도착한 유럽은 그녀에게 처음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열어준 것은 아니었다. 침울한 런던의 생활 속에서 그녀는 혹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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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술독서 2019. 3. 27. 21:22
사랑과 술 하이데거는 위의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근심의 존재요. 그 길 끝에는 죽음만이 기다리는 비극적 존재다. 하지만 그 존재는 흔히 평균화된 익명의 존재로 자신을 위장함으로써 이 삶의 비극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 오늘 술 마실 약속이 있는 사람들이여. 비록 내 말이 그대의 술맛을 앗아가버렸더라도 석 잔의 술은 비우기로 하자. 한 잔은 우리의 근심을 위해, 또 한 잔은 우리의 삶과 죽음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사랑의 위해. 왜 사량이냐고. 결국은 다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사랑은 이 비참을 버터어내는 데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일 것이므로.(소설속의 철학 김영민 · 이왕주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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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눈이 부시지 않은영화. 드리마 2019. 3. 21. 15:14
‘눈이 부시게’는 눈이 부시지 않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눈이 부시지 않은 삶에 대한 반의어이고 늙음에 대한 회한이 아닐까?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새벽 한기가 목덜미로 파고드는 3월, 할머니가 다세대주택 쓰레기장에서 폐지를 주워 손수레에 싣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노후대책 없이 맞은 황혼. 추위에 떨며 새벽부터 온종일 폐휴지를 주워서라도 연명해야 하는 신산(辛酸)한, 상대적 가난이 아닌 절대적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버겁고 힘겨운 일상을 온몸으로 버티고 살면서도 불만이나 불평을 할 처지도 되지 못하는 묵종(黙從)의 삶도 ‘눈이 부시게’의 다름이 아닌 삶일까? 섬세한 감성으로 깊이 바라본다면. ‘눈이 부시게’는 혜자가 시계를 잘못 돌려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