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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수 없는 이선균 주연 영화 ‘화차’평행선 눈 2024. 1. 20. 13:53
감독 변영주 사랑이라는 감정, 심리상태는 강렬하고, 무모하고 그렇기에 아름답다. 사랑에 조건을 달고, 손익을 따지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계약이 되지 않을까? 이선균 배우가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언론과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다가 죽음을 택했다.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경찰과 사람 틈 속에서 부끄럽고, 외롭고, 답답하고, 두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가 죽자 언론과 사람들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그를 두둔하고 지나쳤던 경찰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죽어야 사는 나라’라는 말대로 그는 죽어서 부활했다. 죽기 전에 편을 좀 들어주고 힘이 되어주었었으며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화차는 결혼을 앞두고 문호(이선균)가 아내가 될 선영(김민희)과 부모에게 인사를 하러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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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연구개발비(R&D) 예산 15% 삭감산문 2024. 1. 18. 16:04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잘 살 수 있고, 나름 과학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R&D)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원도 없고 기술도 부족한 나라에서 기댈 것은 우수한 인재 그리고 연구개발 외에 다른 방안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방비 예산을 줄였어도 연구개발비만큼은 결코 삭감하지 않았다. 1991년 이후로.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한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이권 카르텔’이라는 대통령이 수시로 꺼내는 말이다. 그 말이 과학계도 비켜 가지 못했다. 33년 만에 사상 초유의 연구개발비 삭감! 그것도 무려 16.6% 금액으로는 5조 2천억이라는 엄청난 액수!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할 금액이다. 그나마 국회에서 6천억을 줄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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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그 집시 2024. 1. 17. 12:09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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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목시 2024. 1. 17. 12:07
구들목 박남규 검정 이불 껍데기는 광목이었다. 무명 솜이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있었지. 온 식구가 그 이불 하나로 덮었으니 방바닥만큼 넓었다.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이불은 방바닥 온기를 지키느라 낮에도 바닥을 품고 있었다. 아랫목은 뚜껑 덮인 밥그릇이 온기를 품고 숨어있었다. 오포 소라가 날즈음, 밥알 거죽에 줄이 있는 보리밥, 그 뚜껑을 열면 반갑다는 듯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호호 불며 일하던 손이 방바닥을 쓰다듬으며 들어왔고 저녁이면 시릴 일곱 식구의 발이 모여 사랑을 키웠다. 부지런히 모아 키운 사랑이 지금도 가끔씩 이슬로 맺힌다. 차가웁던 날에도 시냇물 소리를 내며 콩나물은 자랐고, 검은 보자기 밑에서 고개 숙인 콩나물의 겸손과 배려를 배웠다. 벌겋게 익은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였다. 구들목 중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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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어린 여자 천재 기사들의 격돌에서 빛난 김은지평행선 눈 2024. 1. 4. 16:34
2024년이 시작되자 흥미로운 대국이 벌어지고 있다. 한·중·일 미래의 희망인 어린 여자 천재인 김은지, 스미래, 우이밍 선수가 대국을 벌여 결승에서 김은지 선수와 우이밍 선수가 만났다. ( 2024년 1월 4일) 2023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김은지 선수는 우이밍 선수와 두 번의 대국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요즘 무섭게 실력이 향상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흥미롭고 궁금하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바둑은 우이밍 선수의 실착이 있고 난 뒤부터 김은지 선수의 일방적인 흐림으로 이어졌고 종반에 이르러 우이밍의 중앙과 우변의 대마가 죽으면서 더는 바둑을 두지 못하고 돌을 거두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두 번 졌던 아쉬움을 이번 한·일·중 천재 선수의 대결에서 두 번 승리하며 우승하게 되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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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과 테러리스트의 심리상태산문 2024. 1. 3. 10:45
2001년 9월 11일 미국 무역 센터 테러로 3천여 명의 인명 손실이 발생하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세계 여기저기에서 테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9.11 테러에서 처럼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도 함께 죽은 자살 테러도 많이 일어난다. 중동의 과격한 집단에서 저지르는 테러는 거의 자살 테러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자살 테러를 하는 사람은 어떤 심리상태에서 자신을 죽이며 테러를 저지를 수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인류학자인 스콧 애트런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추측과 다른 결론을 보인다. 중동의 수많은 자살 테러리스트들을 심층 면접한 결과 세간의 흔한 통념과 다른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테러리스트들은 무식하고, 가난하고,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들일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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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감상 방법클래식 음악 2023. 12. 28. 12:23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피아노협주곡 중 하나가 바로 이 곡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감상하는 포인트가 같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이 곡에서 가장 긴장하고 숨을 죽인 채 기다리는 부분은 2악장 도입부이다. 1악장에서 Allegro moderato(빠르게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 피아노의 화려한 시작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화음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연주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가 2악장에서 Adagio un poco mosso(아름답고 느리게 그러나 조금 빠르게) 갑자기 여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느리게 숨을 죽이고 무언가를 고대하고 기다리는 듯 시작한다. 이렇게 긴장되고 정숙하고 고요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1분 40-50초(연주자에 따라 다소차이가 있음) 정도 진행되다가 기다렸던 피아노 연주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