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겨울. 어둠이 내린 겨울 지리산에서 매서운 한기가 문종이 사이로 엿보고 간 사이 누군가 찾아왔다. 소리없이. 고양이도 날씨가 추워 집에서 나오지 않았는지 지나간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연못 주변도 밤사이 변신을 했다. 마루에 서서 눈쌓인 마당을 바라보니 눈도 마음도 시리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포루그 파로호자드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나의 작은 밤 안에 적막한 두려움이 있어 들어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 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 들어 보라 어둠..
몽마르트르가 그리운 몽카페 몽마르트르 언덕에 오르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듯이 몽카페에 앉으면 순천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하얀 성당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있듯이 몽카페 바로 곁에 산성교회가 서 있다. 몽마르트르 카페들이 문을 여는 10시경이면 몽..
때론 굽어진 모습이 더 아름답다 새싹들이 작고 여린 앙증스런 모습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좁쌀만 한 얼굴을 내밀고 초록 미소를 짓는다. 아직은 찬바람이 머물며 심술을 부리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언 땅에서 나뭇가지마다에서 새싹과 꽃들이 사람을 반기고 있다. 추위 속에서 잔뜩..
촛불 하나 회색갈피 지리산 화엄사 지나 한참을 걷다가 길을 잃고 날이 저물 무렵 엉성한 까치집 닮은 암자 하나 외롭게 서 묵언 중 전깃불도 없는 법당에는 촛불 하나 처마 아래 기둥에는 등롱 하나 내걸어 행여 길 잃은 손을 위해 밝혀둔 기름이 다 닳아버린 새벽 심지 끝 간신히 명을 ..
취한 배 아르뛰르 랭보 유유한 강물을 타고 내려올 적에, 더 이상 수부들에게 이끌리는 느낌은 아니었어 홍피족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색색의 기둥에 발가벗겨 묶어 놓고서 플랑드르 밀과 영국 솜을 져 나르는 선원들이야 내 알 바 아니었어. 배를 끄는 수부들과 함께 그 북새통..
겨울 풍경은 잘 닦여진 유리처럼 맑고 깨끗하다. 깊고 넓게 범위를 확대하여 투명해지는 들과 산은 말알간 수녀의 모습처럼 경건하다. 구례를 지나 하동 쪽으로 구비구비 돌아가는 섬진강의 훌쩍하게 야윈 물줄기는 채 감싸 안지 못하는 모래와 돌무더기를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바닥이..
무기력한 부모의 참회 2014년 4월 16일 아침, 인천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휴대전화에서 제목만 보았다. 걱정과 불안이 스쳐갔지만 수업이 있어서 클릭할 시간이 없었다. 수업을 끝내고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에 뜬 한 줄 뉴스에 고등학생들이 모두 구출되었..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