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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21 세상으로산문 2021. 4. 9. 17:00
2021년 4월 9일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 되었다. KFX–21이 드디어 세상으로 나왔다. 박정현 가수가 애국가를 부를 때 눈물을 흘렸다. 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우리나라가 이룬 눈부신 발전이 감격스럽고, 우리 후손에게 다시는 나라 없는 설움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고, 자주독립 국가로 가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초음속 전투기를 우리의 기술로 완성한 자랑스러운 날! 자동차 한 대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데 우리가 그동안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가 드디어 전투기를 만드는 감동적인 현실을 맞게 되었다. 그간 미국으로부터 전투기를 구입할 때 부르는 값을 다 주면서도 호구 짓을 해야만 했다.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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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영화. 드리마 2021. 4. 8. 14:19
라스콜니코프는 창고에서 강기슭으로 나온 다음 창고옆에 쌓아놓은 통나무 위에 앉아 광활하고 황량한 강을바라보기 시작했다. (죄와 벌 2. 495쪽 도스토예프스키) 종수는 해미가 부탁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가면 남산타워에 반사된 빛이 잠깐 들어오는 창을 통해 그 탑을 바라보며 자위를 한다. 해미는 종수, 벤과 셋이서 대마초를 피우고 저녁놀이 물드는하늘을 바라보며 웃옷을 벗고 부시맨 춤에 빠져든다.벤은 화려하고 세련된 반포 아파트를 벗어나 깊은 산골짜기에있는 호수를 찾아가 호수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선과 시선 너머의 세계는어떤 곳일까?해미가 찾아가고 싶은 지점, 리틀 헝거가 아닌 그레이트 헝거가꿈꾸는 삶, 현실과 미래라는 경계선 즉 존재와 실존의 경계.종수와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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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영화. 드리마 2021. 4. 7. 11:24
분당 옆 동네 평당 5백만 원 집에 갇힌 아이들 누구나게나 반짝이는 유년이 있지만 어른이 되면 그걸 잃어버리고산다. 순수하고 맑았던 영혼으로 살았던 유년은 나이를 먹으며 오염되고 탈색되어 희미하게 박제된 채로 처박혀있다. 그러다가 문득 잃어버렸던 유년을 되살릴 수 있는장면을 만날 때가 있다. 책을 통해서 아니면 영화를 통해서 아니면 현실에서 아이들을 통해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잃어버렸던 유년을 다시 만났다. 순수하고 영롱하고 여린 새싹 같은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을 보며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을소재로 한 여러 편의 영화를 보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요’, ‘풍금 소리’ ‘책상 서랍 속의 동화’ 등.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온전히 아이들이 관점과 시선으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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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와 미나리영화. 드리마 2021. 4. 3. 14:37
얼음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파릇하게 돋아나는 질긴 생명력과 강인함을 가진 미나리. 시골 미나리꽝의 예전 모습이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재배하여 겨울에도 탐스러운 미나리를 식탁에서 만날 수있다. 이른 봄 풋풋한 향을 지니고 우리 곁으로 오는미나리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많이 닮았다. 영화 ‘미나리’는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질긴 생활력을 가진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간 후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흥미로운 영화이기 때는문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낯선 사회에서 범죄 조직이나 폭력 혹은마약이 아닌 건전한 삶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가족의 이야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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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섬진강·쌍계사·불일암·대원사 벚꽃그곳에 가면 2021. 3. 29. 14:57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 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핀란드 속담이 있다고 한다. 3월 말이 가까워지자 화사한 꽃보라가 날리기 시작한다. 이 땅에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벚꽃이 피는가 싶었는데 봄바람 따라 꽃잎이 아파트로 찾아와 나비처럼 날고 있다. 순천 동천 산책길에 벚꽃을 만난다. 해마다 동천둑을 따라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핀다. 늘어진 가지가 물 위에 나르시스처럼 그림자를 만들고 꽃잎이 그 위로 진다. 구례 섬진강 문척에서 시작한 벚꽃길을 따라 화개장터와 연결되는 남도대교로 간다. 꽃 꽃 꽃! 꽃물이 든다. 강에도 길에도 내 몸에도. 쌍계사 벚꽃길로 접어든다. 오래된 수묵색 줄기에 가지가 계곡물에 닿을 듯 손을 내밀었다. 늙은 나무 어디에 그렇게 화사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고 분출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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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민주화산문 2021. 3. 18. 14:54
민주주의는 거저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우리 민주주의 뿌리는 동학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그 후 일제강점기의 3·1운동, 광주학생운동, 6·10 운동 등 민중들은 조국의 해방을 위해 피를 흘렸다. 정부가 수립되고 4·19 의거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87년 시민의 항쟁 등으로 군사정권을 물러나게 했다. 그 후 다시 2016년 촛불혁명으로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끌려가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목숨을 잃었다. 때문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 미얀마에서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군인들에 의해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이 일어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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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옥룡사지 동백꽃그곳에 가면 2021. 3. 14. 12:56
광양 백운산 휴양림 가는 길목 오른쪽으로 해가 잘 드는 품에 옥룡사지가 있다. 절은 불타 사라지고 1만여 그루의 동백나무숲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동백꽃은 2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붉디붉은 입술을 하얀 눈 속에 묻고 고른 치열 드러낸 채 더 뜨거운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꽃, 그런 자태를 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3월이다. 주춧돌만 남은 절터를 지키고 있는 동백꽃 나무 아래 처연한 듯, 혼연한 듯 육신은 져도 선명한 혼백으로 남아 사랑을 지키는 꽃. 그 꽃이 지고 있었다.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이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동백꽃 이선희 노래 연분홍 꽃잎이 바람에 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