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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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산 해미읍성을 찾아간 까닭그곳에 가면 2022. 5. 9. 17:23
15세기부터 17세기 서구 그리스트교에서는 교황, 국왕, 귀족, 학자, 문화인들이 한통속이 되어 이른바 마녀사냥 이라는 잔혹한 일을 저질렀다. 어느 시대나 권력을 잡은 사람은 그 권력을 잃을까 싶어 노심초사했다. 권력을 잡고 있을 때 재해나 질병이 번졌을 때 그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몰아가려고도 했다. 마녀사냥도 기득을 지키려는 자들의 시선과 관심 돌리기의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녀사냥이라는 잔악한 재판을 할 때 힘 없고 약한 여자를 대상으로 했다. 마녀로 지목한 사람을 잡아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문을 저지린 후 마녀로 지목하여 불태워 죽였다. 그때 죽은 사람이 수만 혹은 수십만 명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천주교가 들어오자 왕은 양반과 평민으로 유지되는 유교적 신분 사회의 근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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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천북 폐목장의 보리밭그곳에 가면 2022. 4. 30. 14:49
보리밭 안도현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내릴 수 없는 깃발이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땅투기꾼 독점재벌에게는 도저히 빼앗길 수 없는 한 뼘의 분노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희망 우리가 청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적에 대한 증오가 이렇듯 푸르고 동지에 대한 사랑이 이만큼 싱싱하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아직 보리피리를 찬란하게 불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보리 새싹이 건강 식품으로 변해 여성들의 다이어트 제품으로 팔리고, 보리밭의 일렁이는 청보리가 프로 사진작가들의 촬영 대상이 되고, 예전 가난 속에서 보리밥으로 연명을 했던 세대에게는 과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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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개심사의 겹벚꽃그곳에 가면 2022. 4. 30. 12:48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하여 고려 충정왕 2년인 1350년에 처능대사에 의하여 중수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대웅전의 기단만이 백제 때의 것이고 건물은 조선 성종 6년(1475)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조선 성종 15년(1484)에 다시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 개심사에 겹벚꽃이 예쁘다는 소문을 믿고 일찍 집을 나섰다. 280km가 넘는 먼 길인데 집을 나설 때 비까지 내렸다. 개심사에 가까이 가자 길가에 겹벚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절 앞에 이르자 주차장이 만차가 되어 한 대가 나오면 한 대씩 들어가고 있었다. 절로 가는 길은 두 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자동차가 절까지 갈 수 있는 길이고, 다른 길은 가파른 길에 돌계단을 걸어야 절에 이를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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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한 욕망 임자도 튤립을 만나다그곳에 가면 2022. 4. 18. 13:22
봄꽃이 피었다가 하릴없이 지고 있다. 진달래, 목련, 벚꽃, 개나리 등은 먼저 피었다가 가고 이제 튤립이 피고 있다. 왜 사람은 꽃에 빠져드는 걸까? 그 이유는 꽃의 절대적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꽃은 그야말로 극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세 시들어버리는 짧은 유한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저기에서 튤립 축제를 하는 곳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동안 모든 축제가 취소되었지만 꽃은 여전히 심어 가꾸고 있다. 그중 한 곳이 신안 임자도 이다. 1004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 전남 신안에는 박지도의 퍼플, 선도의 엘로우(수선화), 병풍도의 래드(맨드라미) 그리고 임자도의 튤립이 있다. 텐산 산맥에 살던 튤립이 터키로 들어갔는데, 오스만제국의 술탄(sultan)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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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라르키소스 narcissus)가 핀 신안 선도그곳에 가면 2022. 4. 16. 14:42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뽕에 사로잡히게 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는 BTS가, 캐나다 몬트리올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최민정 선수가 4관왕으로, 영국 EPL에서는 손홍민 선수가, 세계바둑에서는 신진서 선수가, 네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애플 TV에서 드라마 파친코가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럴 때는 국뽕으로 자기애에 빠져도 될 듯하다. 자기애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르키소스(Narcissus)는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 그 자리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수선화(narcissus)라고 한다. 그 나르키소스가 피어 있는 섬이 신안군 선도에 있다. 선도를 가려면 우선 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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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 진달래그곳에 가면 2022. 4. 6. 10:20
한국인들의 가슴에 새겨진 시. 진달래꽃이 핀 산길을 걸을며 흥얼거려 보는 그 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지금 이 땅의 산에서 피어나고 있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여수 영취산도 진달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진달꽃 축제도 열렸지만 지금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축제가 열리지 않으니 오히려 차분하게 진달꽃과 만나고 즐길 수 있다. 이런 시들이나 흥얼거리면서. 분홍산 곽재구 봄 구산리길 걸었다 아지랑이 한 마리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았다 봄콩 놓던 할머니 먼 산 보다가 새참으로 들고 나온 막걸리 한 사발 부르르 마셨다 진달래꽃이 피었는디 진달래꽃이 피었는디 아가 무신 잠이 이리도 깊으냐 십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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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동천의 벚꽃과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벚꽃그곳에 가면 2022. 4. 2. 14:11
어디를 가도 오늘(4월 2일) 강가, 길가, 산 에 벚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시다. 화사하다, 찬란하다, 사치스럽다, 호화스럽다, 황홀하다는 표현으로도 벚꽃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표현하기에는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따뜻했다가 때로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 과분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는 벚꽃을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쌍계사 등이 아니어도 어디를 가도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않은 다른 나무들의 게으름을 재촉하기라도 하는 듯이 과분하게 화사한 모습으로 핀다. 서둘러 피는가 하고 느끼는 순간 눈송이처럼 분분하게 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면 생에 대한 희열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된다. 우울한 날에 벚꽃이 주는 즐거움으로 작은 사치라도 누려보러 벚꽃을 찾아나선다면 과분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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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전망대에서그곳에 가면 2022. 3. 22. 13:08
백두대간이 한반도를 달려오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멈추었다. 북위 34도 17분 한반도 최남단 더는 갈 수 없는 곳에 갈두산(156m)이 있다. 갈두산에는 봉화대를 형상화한 9층짜리 전망대가 사람을 맞고 있다. 9층에 올라 남해에 마음을 담고 늘어선 섬과 바다를 바라보니 대선 후 답답한 속이 뻥 뚫렸다. 땅끝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한반도의 시작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에서 가장 평면적이고 원초적인 여행은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것이고, 좀 더 입체적인 여행을 하려면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리며 먹고, 자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있다면 민박집에 예약하고, 며칠 같이 지내며 정을 나누는 것이겠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단 하루의 관광도 호사라고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