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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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압해도 크로코스미아(애기범부채) 를 만나다그곳에 가면 2021. 7. 25. 12:57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을 지나서 가자 친구야 서해바다 그 푸른꿈 지나 언제나 그리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노향림 시 압해도 일부) 대지가 펄펄 끓는 무더위 속에서 피는 여름꽃 하면 떠오르는 해바라기, 수국, 백일홍 그리고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피는 능소화가 있다. 그리고 신안 압해도 분재공원에 크로코스미아 (애기범부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려 3천만 송이가 십만 평 산기슭에 있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길 양옆으로 피어 있다. 분재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크로코스미아 (애기범부채)를 안내하는 무지개 표지판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가며 꽃을 만날 수 있다. 크로코스미아는 7-8월 한여름에 피는 꽃이라서 200미터 남짓 정도 되는 산길을 걸을 때 쉬어가라고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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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밭그곳에 가면 2021. 5. 24. 16:03
청 보리밭 유안진 아직 푸른 네 가슴 청 보리밭 위에 갉을 익히는 나는 노고지리새 풋보리 익어 가는 보릿고개 막바지에 배고파 배고파 허기진 혼자 사랑 비오는 보리누름 울음 마디 풀어지며 떨어지는 새 한 마리 내 젊었던 그 한때여.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가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보리는 우리 민족에게 애증을 함께 주는 곡식이다. 보리밥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실증하듯 보기도 흉하고 식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보리는 해방 후 우리 민족이 목숨을 연명하게 해 주었던 중요한 곡식이다. 고구마, 옥수수, 보리 같은 식량으로 겨울을 나고 보리가 나오는 6월까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무척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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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섬진강·쌍계사·불일암·대원사 벚꽃그곳에 가면 2021. 3. 29. 14:57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 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핀란드 속담이 있다고 한다. 3월 말이 가까워지자 화사한 꽃보라가 날리기 시작한다. 이 땅에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벚꽃이 피는가 싶었는데 봄바람 따라 꽃잎이 아파트로 찾아와 나비처럼 날고 있다. 순천 동천 산책길에 벚꽃을 만난다. 해마다 동천둑을 따라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핀다. 늘어진 가지가 물 위에 나르시스처럼 그림자를 만들고 꽃잎이 그 위로 진다. 구례 섬진강 문척에서 시작한 벚꽃길을 따라 화개장터와 연결되는 남도대교로 간다. 꽃 꽃 꽃! 꽃물이 든다. 강에도 길에도 내 몸에도. 쌍계사 벚꽃길로 접어든다. 오래된 수묵색 줄기에 가지가 계곡물에 닿을 듯 손을 내밀었다. 늙은 나무 어디에 그렇게 화사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고 분출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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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옥룡사지 동백꽃그곳에 가면 2021. 3. 14. 12:56
광양 백운산 휴양림 가는 길목 오른쪽으로 해가 잘 드는 품에 옥룡사지가 있다. 절은 불타 사라지고 1만여 그루의 동백나무숲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동백꽃은 2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붉디붉은 입술을 하얀 눈 속에 묻고 고른 치열 드러낸 채 더 뜨거운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꽃, 그런 자태를 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3월이다. 주춧돌만 남은 절터를 지키고 있는 동백꽃 나무 아래 처연한 듯, 혼연한 듯 육신은 져도 선명한 혼백으로 남아 사랑을 지키는 꽃. 그 꽃이 지고 있었다.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이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동백꽃 이선희 노래 연분홍 꽃잎이 바람에 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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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 동백꽃그곳에 가면 2021. 3. 3. 12:32
2012년 여수엑스포가 열린 후 여수를 찾은 사람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여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해마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고 한다. 인구 30만 명이 채 안 되는 도시에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 이 찾아오며 여수에 사는 시민들은 주말만 되면 교통지옥으로 고생하고, 음식값이 치솟고 음식의 질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바다 위로 케이블카가 놓이고 그 아래 이순신공원에는 밤이면 ‘여수밤바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관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엑스포가 열리기 전 여수를 찾는 사람들은 여수 오동도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른 봄 푸른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바다 한가운데 동백나무로 덮인 오동동에서 붉은 동백꽃일 만개한 모습, 오래된 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동백꽃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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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망해사그곳에 가면 2021. 2. 18. 11:44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엇일까? 승과 속의 경계는 어디일까? 인간은 왜 그리 연약할까? 영생, 천당, 종말 같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허용이 안 되는 말에 끌려 자신을 파괴할까? 종교적 신념. 거기에 함몰되어 자신, 가족,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까?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속아 돈을 맡겼다가 송두리째 빼앗기고 울부짖는 것일까? 말이 안 되는 유혹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스산한 인간사만큼이나 안개가 자욱한 날 김제 망해사 (望海寺)로 향했다. 보통 절은 깊은 산속에 숨어 그 속에 속과 벽을 쌓은 수행자들이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렇지만 망해사는 깊은 산속이 아니라 바닷가 바로 옆에 자리한 작은 절이다. 절에서 바라보면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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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국가정원에 눈이 내린 풍경그곳에 가면 2021. 1. 20. 12:17
눈 내리는 벌판에서 도종환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그루뿐 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 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 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겨울 잿빛 들판 위태로운 나뭇가지 끝에 차가운 바람이 걸리고 낯선 한기에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참았던 그리움이 하얗게 부셔져 벌판에 눕던 날 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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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정자를 찾아 1그곳에 가면 2020. 12. 7. 11:42
코로나19로 암울한 시기 사람이 올 것 같지 않은 담양의 정자를 찾아갔다. 텅 빈 원림에서 솔잎에 머무는 찬바람 이 반가울 것 같았다. 담양에는 조상들이 만든 29개 정도의 정자가 있다고 한다. 정자는 옛날 선비들이 모여 시를 논하고, 정치를 논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다. 이런 전통이 오늘에 이어져 어느 마을에나 마을 입구에 모정이 있다. 정자가 옛날 선비들의 고급스러운 생활의 장이었다면 모정은 백성들이 농번기에 더위를 피해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도시에도 노인정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장 소가 되고 있다. 정자는 원림(園林)과 따로 떼어내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담양의 정자를 여행한 경 험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