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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허브원 라벤더 농장그곳에 가면 2022. 6. 23. 11:20
어느 곳에 라벤더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라벤더는 매우 아름다운 소년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수줍은 소녀는 고백할 수 없고 계속 기다린 끝에 한 송이의 꽃이 되어 버렸습니다. 라벤더의 꽃말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에 얽힌 전설. 라벤더는 지중해가 원산지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읍 칠보산 구룡동에 조성된 정읍허브원 라벤더 관광농원에 라벤더가 활짝 펴 보라색 물결이 일렁이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만든 지 2년이 지난 여기는 무려 10만 평이나 되는 넓은 농원에 라벤더가 출렁이고 있다. 보라색 라벤더 꽃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방탄소년단과 영국 영화 ‘라벤더의 연인들’이 있다. 처녀로 나이가 든 두 자매 우슐라(주디 덴치)와 자넷(매기 스미스)는 폭풍으로 바닷가에 떠밀려온 젊고 잘 생긴 청년 안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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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4est(포레스트, Foest)그곳에 가면 2022. 6. 19. 17:07
낡은 컬러 사진 곽재구 우리 엄마 수국색 포플린 치마 입고 수국색 양산 아래 웃고 있네 수국색 바람이 치마 주름에 볼 비비네 지난밤이었네 은하수 속을 스쳐가던 행성 하나 엄마!라고 부르는 소릴 들었지 부드럽게 펄럭이는 수국색 치마주름에 대고 나도 엄마!라고 불러보네 잠이 들어 엄마가 사는 세상에 찾아가면 엄마의 사진 한장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는 창가에 놓아둘 것이네 엄마 내가 왔어요! 라고 말하는 소리 듣지 못하고 엄마는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다가 가슴에 꼬옥 껴안겠지요 곽재구 시인은 이렇게 수국에 어머니를 그렸지만, 나는 활짝 핀 수국에서 풍만한 여인을 그린다. 수국 한 송이에 달린 수백 개의 꽃잎에서 뿜어나오는 아우라니! 볼륨감이 넘치는 육감적인 몸매, 막 건져낸 물고기의 비늘 같은 꽃잎! 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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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해체되는가?새와 나무 2022. 6. 15. 11:08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9년 간의 활동 중 최근 2-3년 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영국의 비틀스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그룹으로 그들이 세계 사람들에게 준 영향은 대단했다. 그런 BTS의 영향으로 한글, 우리 문화, 영화, 뷰티 등도 같이 인기를 누리며 동반 성장을 했다.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단 한미한 위치에서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우리나라의 국격도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사람과 나라를 무시하던 미국과 유럽에서 젊은이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과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벗어나 갑작스럽게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는 BTS의 영향력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BTS는 단순히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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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산딸기시 2022. 6. 13. 12:26
어머니의 산딸기 회색갈피 아버지 머리 깎아주어야 한다며 낫을 들고 뒷산으로 간 어머니 해질녘 돌아와 마루에 털썩 내려놓은 바구니 안 산딸기 하얀 사기그릇에 객혈을 한 채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소녀는 차마 산딸기를 먹지 못하고 장독 뒤 꽃밭에 묻었습니다. 나이 들어 찾아간 고향 아버지 산소가 있는 뒷산에 그 산딸기가 익었습니다. 빨강색이 너무 짙어 몽환의 슬픔으로 깊어져 풀잎에 꿰어 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산딸기 권순자 지쳐 고개 떨구고 걷는 외진 오솔길 풀섶에 숨어 나를 훔쳐보는 붉은 눈동자 서늘한 아침 이슬에 함초롱히 젖어 고운 치아까지 빨개져 나에게 건네는 달콤새콤한 위로慰勞 세 송이 꽁꽁 숨어버린 용기 멋쩍은지 슬그머니 힘 다발 내미는 여름 아침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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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수국과 코끼리마늘꽃그곳에 가면 2022. 6. 11. 14:26
부안 마실길에 데이지꽃이 예쁘다고 하기에 찾아갔더니 이미 시들어 버리고 바다마저 해무로 희미해서 나른한 권태로 남았다. 채석강, 내소사, 곰소염전, 월명암 등 떠올리다가 공주로 향했다. 수국이나 보려고. 유구수국정원으로 갔더니 수국은 만개를 준비하고 있는 중. 활짝 핀 수국의 농염하고 짙은 유혹도 좋지만 막 피어나고 있는 수국의 순수하고 청초한 모습도 아름답다. 어느 꽃인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을까? 수국의 풍성한 꽃송이는 천 개 만 개의 미소와 표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꽃은 그냥 아름답고 인간은 아름다운 마음과 행동을 해야 아름답다. 하긴 꽃을 찾아 먼 길을 가는 사람이 악당일 리야 없겠지만. 공주 미르섬의 코끼리마늘꽃, 꽃양귀비, 수레국화, 금계국 그리고 기생초 꽃 코끼리마늘꽃과 나비 꽃밭,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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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평행선 눈 2022. 6. 9. 17:00
여행을 다닐 때 거의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이 웬만한 카메라 성능보다 화질이 뛰어나서 구도만 잘 잡으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편집을 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구 찍어댈 때도 있지만 가끔은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냥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응시하면 의미를 부여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사진은 천북 폐목장 청보리밭에서 찍은 사진이다. 목장은 없어지고 건물이 한 채 남아 있었다. 지붕은 일부가 낡아 없어져 얼기설기 드러난 서까래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건물 안에 가두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때 자유를 그리워 하듯, 밖에서 안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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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과 기억력 상실산문 2022. 6. 5. 10:43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BTS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일본 수상 기시다 후미오가 수상이 되고 최우선에 둔 일은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서 회담을 하는 것이었다. 미국에 가겠다고 했지만 미국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을 했었다. 반면 BTS는 백악관에서 자발적으로 초청을 했다.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BTS를 초청해 아시아 인종차별이 부당하다는 연설과 담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BTS가 도착한 공항과 백악관 주변으로 아미들, 기자, 시민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BTS를 보려고 상원 의원들이 자신이 백악관에 가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서로 설전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게 BTS가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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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독서 2022. 5. 31. 15:18
'7월 초 굉장히 무더울 때, 저녁 무렵에 한 청년이 S골목의 세입자에게 빌려 쓰고 있는 골방에서 거리로나와 왠지 망설이듯 천천히 K 다리 쪽으로 걸어갔다. 소설 「죄와 벌 」은 이렇게 시작된다.'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죄와 벌 」 의주인공인 로자(라스콜니코프)는 무고한 사람을 도끼로쳐죽인 흉악범에 지나지 않는다. 막가파나 지존파처럼.그렇지만 이 소설을 모두가 명작이라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설은 윤리 교과서도 아니고 교훈을 위해 쓴 것도아니다. 휴학 중인 23세 로자는 자신의 논문에서 이런주장을 했다. ‘비범한 사람은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온갖 방식으로 법률을뛰어넘는 권리가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비범한 사람이기때문이다.’ 그의 이런 심리가 전당포 노파와 그 동생을 살해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