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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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독서 2018. 8. 23. 12:38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면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소설이라도 한 권 만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마음 놓고 악당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일상에서 쌓인 불만을 해소하는 대리 만족이나 통쾌함에 잠시나마 빠져들게 된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바로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책을 펼쳐서 몇 페이지 읽지 않아도 엄청난 회오리바람 같은 흡인력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다. 결과가 빤히 드러나 보이는 소설, 상상력의 깊이와 폭의 함량 미달인 소설, 상투적인 줄거리를 끌어가는 그렇고 그런 소설에 실망한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는 순간 새로운 경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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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의 대물림독서 2018. 8. 1. 14:51
신명의 대물림 축구경기장에서 붉은 악마들이 꽹과리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TV를 보는 내 마음까지 후끈 달아오름을 경험하게 된다. 어디에서 그런 폭발적인 힘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외국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우리의 응원단이 꽹과리를 치며 응원을 하기 시작하면 다수의 외국인들이 그 힘의 분출을 불가사의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응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물놀이에서 신들린 사람처럼 무아경에 빠진 연주자들, 서너 시간을 쉬지 않고 목이 터져라 뽑아내는 판소리의 가락도 그렇다. 그런 망아의 경지가 어디 예술뿐인가. 일상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노래방에서 한 번 마이크를 잡으면 노래가 바닥날 때가지 부르는 신명,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게임을 해야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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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의 모래성독서 2018. 5. 16. 13:16
영자의 모래성 2001년 한동안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자 부녀 이야기가 있었다. 깊은 산속에 살고 있는 순박한 모녀의 생활을 도시인들에게 끌어내어 관심을 받게 한 언론이 모녀를 불행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최근 그 영자가 비구니가 되어 절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모녀의 생활을 파괴하게 된 동기는 언론이었고, 거기에 지나친 관심을 가진 도시인들이 모녀의 생활과 자신들과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생긴 불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모녀를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이익을 보려했던 사람들의 행태가 지금도 변함없이 꿈틀대고 있다. 세련되고 데테일 하게 변형된 채로. 그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자연 自然 언제나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 들에는 이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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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인가 천사인가 커피의 유혹독서 2018. 5. 14. 13:12
악마인가 천사인가 커피의 유혹 이 커피가 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수천 번의 입맞춤보다 더욱 달콤하고머스캣 포도주보다 더 부드럽지커피, 커피, 난 커피가 좋아 커피가 좋아누가 나에게 한턱내시려거든 아, 내 잔 가득 커피를 채워주면 그만. 바흐의 커피 칸타타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에게 딸이 대답하는 장면이다. 유럽에 처음 커피가 전해졌을 때 가톨릭교 신자들은 커피가 이교들이나 마시는 악마라고 하면서 교황에게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해 달라고 탄원했다. 클레멘트 8세는 커피를 직접 마셔보고 판단하겠다며 커피를 마신 후 말했다. 맛있는 커피를 이교들에게만 마시게 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이 마실 수 있게 하라며 커피에 세례까지 주었다고 한다. 그 후 커피는 유럽에서도 사람들이 즐겨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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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독서 2018. 4. 9. 21:08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이순원 작 압구정동, 강남 1번지 아니 서울 공화국 1번지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자본, 권력, 소비와 향락의 첨단을 달리는 곳. 압구정동에서 활보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힘을 가진 우리 자본주의의 노른자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증오와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되더라도 그들은 그들만의 견고한 성으로 둘러막고 일반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다. 압구정동이 ‘이 땅 자본 계급의 귀족적 상징’이 아닌 ‘이 땅 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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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황진이!독서 2018. 3. 12. 15:21
아. 황진이!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인을 생각하면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정도가 떠오를 것 같다.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은 요조숙녀의 귀감으로 이상적인 어머니의 상이었다. 하지만 황진이는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서 숱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제 맘에 드는 남자들을 마음껏 사랑하기도 하고, 허위로 가득 찬 남자들을 여지없이 요절냈던 여인이다. 시대를 앞서간 자유스런 여인으로 아직도 숱한 남자들의 뇌리 속에서 한 번쯤 그려보는 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양반과 천민의 구분이 추상같았던 시대를 살면서 숱한 남성들을 취사선택하여 사랑을 나누었던 황진이는 요부였을까.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위하여 고뇌의 삶을 살다간 여인이었을까. 뛰어난 미모에다 지적 품위를 갖추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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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메밀국수독서 2018. 2. 12. 15:32
한 그릇의 메밀국수 유명 강사가 학교 급식실에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자녀 교육’이라는 주제로 교양 강좌를 했다. 이야기의 큰 틀은 ‘임신에서 사춘기까지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하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삶, 자기 자식들을 키우며 겪은 일들, 자신이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공부하면서 겪은 일을 예로 들어가며 재미있게 강의를 전개하였다. 강의의 끝 부분에서 일본의 구리 료헤이(栗良平)의「한 그릇 의 메밀국수」의 예를 들며 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성교육에서 자신의 부모를 존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반대로 불쾌한 마음이었다. 이야기를 각색, 편집하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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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이 바라보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독서 2017. 12. 27. 15:37
소시민이 바라보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예전에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관한 서적은 불온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나 보는 책으로 간주되어 일반 사람들이 그런 책들을 사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좌경의식을 가진 대학생들이 북한이나 다른 나라에서 흘러 들어온 책으로 사상학습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이것이 발각되면 보안법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고 빨갱이 취급을 받았었다. 남한과 북한이 대치한 지 72년(1945년 기점). 6.25의 살상, 납치, 무장공비 등 민족적 냉전으로 서로를 불신하며 사는 동안 공산주의 서적을 허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던 좌경서적들을 일반 사..